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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시,수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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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준비 겨울준비 / 송은희 5살짜리 계집아이가 거울 앞에서 춤을 춘다. 배추쌈 한 입 뜯어먹고, 엉덩이 한 번 흔들고 작사, 작곡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우리는 김장이 없어서~~♪ 친정어머니께서 들려주신 45년 전 내 모습이다. 그해겨울 어머니의 심한 감기몸살로 김장이 조금 늦어졌다고 하셨다. 어린 마음..
새해 소망 새해 소망 / 송은희 도심을 빠져 나와 산길로 접어들어 하늘 길 따라서 꼬불꼬불 가다보면 양지바른 한켠에 나즈막한 양철지붕 초라한 것 같아서 초가지붕 올렸는데 1년 만에 비바람에 다 닳아 버리고 또 다시 양철지붕 정감어린 그 곳이 우리 집이랍니다. 창가에서 꾸벅 꾸벅 졸기도 하지만 바쁠 땐 ..
길 / 송은희 결혼 전 시댁에 첫인사 가던 날 마을 입구 플라타너스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길로 걸어가면 행복할 것 같았다. 그 길에서 만나서 26년 동안 존경하고 사랑했던 시아버님과 며칠 전 이별을 했다. 노환으로 편찮으셨기에 잡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보내 드려야만 했다. 딸처럼 아껴주..
원피스 원피스 / 송은희 8년 전에 만들어 입은 원피스 아무런 장식도 없고, 지퍼조차도 없는 머리통만 집어넣으면 입혀지는 옷 아주 간단한 원피스랍니다. 입고나면 너무 편한 옷 날씬해 보이기까지 해서 마음에 쏙 드는 원피스랍니다. 오븐 앞에서 일할 땐 시원한 작업복으로 싹 다려서 카디건만 걸치면 우아..
무지개 무지개 / 송은희 무지개가 피었습니다. 온 세상이 맑게 빛납니다. 영롱한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갑니다. 친구를 만났습니다. 재잘대며 깔깔대며... 맑은 호수가 되었습니다. 호숫가에는 꽃도 피고 새들도 지저귑니다. 찰랑거리는 물결 위로 무지갯빛 희망이 떠오릅니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좋아하는 ..
연두색 연두색 / 송은희 봄비가 내리더니 마당에 연두색이 많이 번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앞산도 어느새 연두색이다. 작년에 세상 떠난 시누이가 이맘때쯤 연두색 티셔츠를 선물했다. 사랑도 떠날까 봐 고이 접어 간직했다. 내일은 연두색 티를 입고 서울에 가야겠다. 북적이는 그곳에서 연두색 삶을 사와야..
色 / 송은희 마당에 서면 온통 푸르름이다. 초록의 청량감 민들레 그리던 노란색은 홀씨 되어 날아가고 보랏빛이 대신한다. 앞마당엔 붓꽃 언덕배기엔 엉겅퀴 지금 나는 무슨 색일까? 초록은 아닐 테고 갈색도 아직은 아닐 테고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신선함을 닮고 싶어서...
50이 되고 보니... 50이 되고 보니... / 송은희 화장실 가기 귀찮아서 마시지도 않던 물을 벌컥 벌컥 잘도 마신다. 건강에 좋다니까... 유난히 청국장을 즐겨 드시는 시어머니가 이해가 안 되었었는데 역겨운 생청국장을 밥에 비벼 잘도 먹는다. 젊게 살수 있다니까... 불편해도 베개는 아예 없애 버렸다. 목에 주름 하나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