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편지 자주 쓰세요?
편지는
묘한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보지 않고 말하니까..
좀 더 솔직할 수 있고..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전 요즘도 편지를 자주 쓴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군인 아저씨께 위문편지 쓰는 날이 있었어요.
그냥 의무감에서 썼었죠.
아무런 감정 없이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어쩌구,..저쩌구.."
ㅋㅋ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도 감정에 충실한 아이가 있었어요.
꼬모는 절대 아니구요..
(전 나이 많은 남자는 초딩때부터 질색입니당~)
공부는 썩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조용했던 한 친구가
정말로 어떤 아저씨랑 깊은 대화를 나누었나 봐요.
어느 날
군인 아저씨가 교실로 찾아온 거에요.
휴가 나왔는데...빵 사준다고..
전 어찌나 부러웠던지요?
그 당시에는 제과점 빵이 최고였거든요.
끽해야 막걸리로 부풀린 빵만 먹던 형편에...
정말 부러웠답니다.^^
게다가..아저씨도 잘 생겼더라구요...
반 친구들 모두 부러워서 난리가 났었어요.
그러나...
정작 편지를 주고받던 ..
감정에 충실했던..
그 친구는
얼굴을 책상에 처박고 엉엉 울고 말았어요.
군인 아저씨도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고...
선생님께서는 그 사태를 수습하시느라 애를 쓰셨답니다.
결국
아저씨를 따라나가긴 했는데...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릅니다.
전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 친구는 왜 울었을까요?
진짜..사랑했을까요?
쪼끄만 감정에 순수함 이상의 뭐가 섞였을까요?
ㅎㅎ
갑자기...
저 만나자고 하지 마세요.
전 요즘은 빵도 만들 줄 알구요...
먹고싶은 것도 없답니다.
눈물이 나오면 곤란하니까...
그냥 이렇게 만나요.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