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금
떠납니다.
까망 가방 옆에 끼고..
지갑에 돈 좀 넣어서..
후줄근한 모습으로 떠날 수는 없어서..
친정엄마가 작다고 물려주신 치마로 변신시킨
굵은 주름 원피스를 입고..
구두는 전번에 세일할 때
97,000원짜리를 29,000원에 건진 검정 구두를 신고
떠납니다.
너무 슬퍼하진 마세요.
내일이면 옵니다.ㅋㅋ
서울 가요.
친정엄마랑 하룻밤 자고 올 거에요.
볼일도 좀 보구요.ㅎ~
우리 엄마
80이 다 되셨는데..혼자 기거하십니다.
동생이 같이 살자고 조르지만
부득부득 혼자 용감하게 살고 계십니다.
오늘 저녁엔
엄마랑 술을 마셔야 한답니다.
우리 엄마는 소주 아니면 상대 안 해요.ㅋ~
2/3 병 정도.
한잔하시면 한 얘기 또 하시고 또 하시고...
열 번은 넘게 듣는 말이지만..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서..처음 듣는 척 연극을 해야 합니다.
밀린 그리기 숙제도 도와 드려야 하구요..
수녀님한테 제가 색칠한 걸
엄마가 색칠했다구 뻥을 쳐서..
서울 갈 때마다 색칠을 왕창 해놓고 와야 합니다.
이제라도 고백하시라고 하지만
늦었다고..쪽 팔린다고..
저를 못 살게 하십니다.
ㅎㅎ
엄마~!!
귀찮아도 좋으니까 오래오래 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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