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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시,수필,일상

벌레 먹은 사과

 

  

 

 

 

 

 

 

 

 

 

 

 

 벌레 먹은 사과  /  como

 

 

 

나는

사과랍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과즙이

청량감을 선사하는

싱싱한 사과랍니다.

 

 

그런데

벌레가 먹었어요.

 

 

달콤한 속살을

영리한 벌레 한 마리에게

들켜버렸거든요.

 

 

맛에는 변함이 없답니다.

벌레 먹은 사과가

더 맛있다는 건 아시죠?

 

 

 

윗마을 궁전에서

무도회가 열린다네요?

 

 

세 밤을 꼬박 새워

하얀 드레스를 만들었어요.

은빛이 살짝 감도는

아주 예쁜 드레스를요.

 

 

예쁜 드레스를 걸치면

벌레 먹은 흔적을

가릴 수 있거든요?

 

 

궁전은 정말 호화로웠어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호화로운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지요.

 

 

미소 짓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춤도 추었어요.

 

 

왕자님이 손수

포도주도 따라 주셨답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편치가 않았어요.

 

 

드레스도 거추장스러웠고,

매일 화장하는 일도 힘들었어요.

 

 

말없이 궁전을 빠져나왔어요.

 

애써 만든 드레스를 벗었답니다.

 

 

이렇게 편한 걸.

 

 

 

궁전에는

 

아무나 들어가는 게 아니었어요.

 

 

나는

 

벌레 먹은 사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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