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장수 아줌마 / 송은희
노란 앞치마를 입고 물동이를 나르는 소녀.
찢어진 청바지에 밀짚모자를 쓰고 우유 짜는 소년.
나뭇가지에 물고기를 잡아 메고 가는 동네꼬마들.
춤추는 삐에로...
우리 집 식탁위엔 인형잔치가 한창입니다.
빚고, 색칠하고, 락카칠 하고...
일주일 내내 공들인 작품들입니다.
행여 다칠세라, 하나하나 수평을 맞추어 보자기에 쌉니다.
두 살짜리 아들은 등에 업고,
네 살짜리 아들은 앞에 세우고,
길 건너 양품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마조마 합니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보고...
양품점 언니가 흔쾌히 건네주는 삼만 원!
남편의 한 달 월급보다도,
더 보람차고 기분 좋은 돈이랍니다.
지하슈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우리 애기 분유, 과자, 아이스크림...
남편을 위한 꽁치 두 마리도 잊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장바구니는 사랑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지금은 스무 살, 스물 두 살이 된 두 아들에게 제가 항상 부탁하고 싶은 말입니다.
"잘살기 보다는 열심히 살아라. 그 속에서 서로 사랑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