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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시,수필,일상

 

 

남편과 내가 가끔씩 찾는 '치킨집'이 있다.

 

시골마을에서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생맥주집이다.

 

아무런 치장도 없고, 안주도 변변치 않지만

 

그곳에 가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서민의 애환을 들을 수도 있고,

 

꾸밈없는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마냥 편하다.

 

스물 댓 살쯤 들어 보이는 아들이 치킨을 튀기고

 

어머니는 써빙을 하신다.

 

그리고 아버지는 배달을 다니시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었다.

 

그냥 편하게 느끼고 있었다.

 

며칠 전에도 생맥주 두 조끼에 치킨 한 마리.

 

남편과 나는 기분이 좋았었다.

 

계산을 하려는데,

 

그동안 한 번도 얘기해 본적이 없었던 아들이 인사를 한다.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콧등이 시큰해진다.

 

"어머나! 왜요?"

 

"너무 힘들어서 가게를 팔았습니다. 다음 주부터 주인이 바뀝니다."

 

"정말 섭섭하네요.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래요."

 

얼버무리며 인사를하고

 

문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왜 이렇게  무거울까?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정이란 이렇게도 드는구나.

 

그 또래의 아들을 둔 엄마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젊은 청년이 하는 일이 뜻대로 잘 되길...

 

부모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새삼 확인한다.

 

인간은 '정'을 느낄 수 있어

 

아름답게 살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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