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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시,수필,일상

생신상

 
 

 

 
 
내가 차린 첫 번째 어머니 생신상.
중학교 1학년 때였다.
 
 
가부장적 관념이 강하셨던 아버지는
어머니 생신 날도 별 선물 없이 지나치셨다.
 
온 가족의 생일날은 어머니가 챙겨주시는데...
어린 내 생각에도 무척 불공평했다.
 
 
달력을 보니
어머니 생신 날이 마침 일요일이다.
 
나는 깜짝 이벤트를 계획했다.
비용관계로 아버지께만 살짝 귀띔을 드리고..
 
언니는 대학생이었지만..
놀러 다니기 바빴었다.
 
 
실력이 딸려서 복잡한 음식은 엄두도 못 내고
오뎅국,샐러드,도토리묵,달걀부침.
 
그것도 어머니 몰래 재료를 숨겨가며 준비해야 했기에
너무 힘들었다.
 
 
"엄마! 내일은 일찍 일어나시면 절대 안 돼요? 아셨죠?"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 짓고, 반찬 만들고...
 
 
"언니~~~~밥상 들여가~!!"
(그 당시에는 식탁 없었다.)
 
 
놀라시는 어머니와 미소 지으시는 아버지.
눈이 휘둥그레지는 나의 형제들.
 
우리 언니가 던진 말, 정말 히트였다.
 
"은희야~~국 좀 더 줘~~"
 
 
세상물정 모르고 순박하기만 한 우리 언니는
지금도 그렇게 살아간다.
 
 
내가 생각해도 꼭 내가 언니 같다.
 
 
오늘도 난 언니에게 귀띔했다.
"떡은 내가 맞출 테니, 언니는 케� 사오세용~"
 
 
나이는 60이지만,마음은 항상 애기 같은 우리 언니.
 
 
엄마. 감사해요.
내 말 잘 듣는 언니를 만나게 해 주셔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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