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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시,수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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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과 은행나무 달님과 은행나무 / 송은희 모두가 잠든 밤 물 마시러 나갔다 보고 말았다. 달님과 은행나무의 은밀한 사랑 그윽한 달님의 눈길에 은행나무는 다소곳이 머리 숙였다. 짖궂은 구름떼가 달님 얼굴 가리우면 슬그머니 빗겨 가시던 달님 부드러운 달님의 손길에 은행나무 속살은 맑게 빛났다. 어둠 속의 황..
혼자 피는 꽃 혼자 피는 꽃 / 송은희 보일러실 문 앞에 민들레가 피었다. 언 땅을 헤집고 앙증맞게 웃고 있다. 보는 마음 너무 아파 눈물이 난다. 친구도 하나 없고 두 뺨을 스치는 바람이 이리도 찬데 왜 지금 왔니? 현관 앞에 피었으면 사랑이나 받을 텐데 아무도 오지 않는 좁은 틈새로 누굴 위해 웃고 있니? 애처로..
빨래 날씨가 너무 화창하죠? 옷장 속의 옷들을 바꿔줘야겠어요. 드라이 맡길 옷들은 차에 태워 읍내 세탁소로 보내고 칙칙했던 겨울옷들 깨끗이 목욕시켰습니다. 접혀있던 봄옷들이 아우성이네요. 세상구경 좀 시켜달라고... 모두가 제가 만든 옷들이라서 애정이 각별합니다. 남들 눈에는 안 예쁠지 몰라도..
노동 오늘은 일요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내 손은 마법의 지팡이가 되었고 남편은 뚱뚱한 몸으로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날아다녔다. 전화벨이 울린다. 서울에 있는 아들이 용돈좀 부치란다. 이그~~번 만큼 꼭 나간다니까!!
감량 0 kg 감량 0 kg / 송은희 십수 년 전부터 감량 2kg 이 목표였다. 결코, 게을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내 몸무게는 요지부동이다. 친구들은 큰일(예를 들자면 喪) 한 번 치르고 나면 4~5kg은 기본으로 빠진다던데... 어떠한 슬픔이 몰려와도 내 몸은 끄떡하질 않는다. '2kg만 날씬했어도 이러고 있진 않을텐데...' 조..
야식 이곳은 오지라서 주변에 구멍 가게조차도 없다, 출출할 때면 뽀르르 달려가서 사먹던 오뎅,떡볶이,순대... 정말 그립다. 오늘 밤 역시 남편과 아들이 배고프다고 난리다. 두 시간 전에 비빔국수 한 대접씩 해치웠건만 우리 집 남자들, 원래 국수는 끼니로 치지않는다. 어쩔 수 없이 변변치않은 재료(양..
유혹 유혹 / 송은희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기 힘들다. 하늘은 왜 이렇게 푸르고 드높은 거니? 시골아줌마 약올린다. 서울 가서 친구 만날까? 드라이브하고 점심 먹고 올까? 아니지. 마당에 신문지 펴고 앉았다. 60근이나 되는 고추 다듬으려면 한 이틀 걸릴 텐데... 고추 닦기에 몰두한다. 오늘은 버텼지만 내일..
시장에 간다 시장에 간다 / 송은희 가끔씩 삶이 권태롭고 밍밍할 때 시장에 간다. 북적이는 입구에 들어서면 생기가 돋는다. 열심히 골라야지~~ 순면 100%양말 세 켤레 천 원 상큼한 스판티 두 장에 오천 원 비싸서 망설였던 란제리가 단돈 만원 내친김에 샌들까지... 시장 두 바퀴 돌아서 똘똘한 거 건졌다! 코디 잘하..